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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- 안개비 호수

호수가 하늘을 안는다 / 수평선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 / 경계에서 사라진 호수 / 안개 자욱한 하늘 계단을 오르고 있다 / 걸어온 발자국은 지워져 버렸기에 / 앞에 남겨진 길 하나, 하늘에 오르는 / 너에게 가는 길만 남았다 // 밀려오는, 밀려가기도 하는 우리는 / 숨 막히는 세상을 살다 / 숨이 트이는 이곳에 왔다 / 저녁으로 가는 시간을 지우며 왔다 / 호수 향해 뻗은 나무의 잔가지 틈새로 // 안개비가 내린다 / 하늘은 가늘고 긴팔을 내려 / 호수의 속삭이는 얼굴을 매만진다 / 출렁이는 얼굴 위로 미끄러지는 비의 왈츠 / 수천의 군무 되어 춤추는 호수의 물방울은 / 너의 흐르는 눈물 같아 가슴을 쓸어내린다 // 물결 위로 들려오는 하늘 소리 / 비 오는 호수 위 내려앉은 하늘길 따라 / 나는 네게로 가고, 너는 내게로 온다 / 누구라도 새로운 것에서 설렘을 찾으려 한다면 / 익숙함에서 오는 설레임은 만날 수 없다 / 호수와 하늘의 구분은 사라진 지 오래다 // 네게로 향한 설렘은 안개 속으로 / 밀려오는 물방울 속에 가득하다 / 호수가 하늘을 안고 잠들었다     안개비 내리는 호수는 신비하다. 호수의 색마저 옥빛이다.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끼워져 있던 둥글고 도톰한 옥반지를 보고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다. 바로 그 옥색이 되살아난다. 안개 비가 내리는 호수는 몽환적이다. 호수 끝에 맞닿은 하늘마저 옥색으로 바뀌고 있다. 호수는 하늘로 향해 풀어지고. 하늘은 호수를 향해 그 경계를 지우고 있다. 그러니 호수와 하늘은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다. 호수가 하늘을 품은 건지, 하늘이 호수를 품은 건지 알 수가 없다. 다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하나가 된 옥색의 호수와 옥색의 하늘이었다.     안개 비 내리는 호수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하늘가에까지 출렁이는 물결을 볼 수 없다. 다만 발밑에 부서지는 흰 파도의 거품만 보였다 사라질 뿐이다. 너와 나의 인생길이 그렇지 않은가?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 속을 거니는 것처럼 손을 뻗어도 너에게 가까이 갈 수 없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? 볼 수도, 만질 수도 없는, 가까운 곳 같으나 참으로 먼 곳 같기도 한 그곳. 우리는 그곳을 향하여 일생을 걷고 간혹 뒤돌아보기도 하고 오랜 침묵 속에 말을 잊어버리기도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던가?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였는데 길이 사라지기도 하고 길을 잃었다 낙심하였는데. 누군가의 손이 나를 이끌어 선명한 킬 위로 인도 할 때도 있지 않았던가.     안개비 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. 그러나 걸어온 그 길 뒤로 되돌아 걸으면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되살아나기도 한다. 오늘도 나는 네게로 향해 걷고. 너는 내게로 걸어오고 있다. 다만 안개가 그 모습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. 안개가 걷히면 익숙함에서 오는 설렘은 저 수평선 너머로부터 밀려오는 파도의 모습같이 온몸 속에 스며드는 당신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. 떨어져 있는 너를 볼 수 없기에 너의 걸음을 따라갈 수 없었네. 너의 생각을 안다고 위로했지만 그건 흐르는 물같이 붙잡을 수 없었네. 손에 쥔 모래처럼 내 손을 빠져나갔네.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다시 밀려오는 파도를 보네. 발을 적시고 무릎까지 잠겨오는 너를 다시 만나네.    안개 속에서는   너를 볼 수 없네   너에게 다가갈 수 없네  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는  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  조금 움직여도 괜찮아   짧게 말해도 괜찮아   우리는 흐린 세상에   살고 있으니까     먼 곳이어도   가까운 곳이어도   손잡을 수 없는 우리는   감추어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  그럼에도 돌아온 걸음만큼   다시 돌아서 걸으면   안개 속에 호수와 하늘이 만나듯   우리도 만날 수 있으니까 (시인, 화가)     신호철신호철 안개비 안개비 호수 하늘 소리 하늘 계단

2024-12-3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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